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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된 기분을 공유하고 싶어 읽어본 책,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by 아몬드바나나

최근 백수가 다시 되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간헐적 직장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백수라고는 하지만 정말 차라리 직장에 나가고 싶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입니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도서관에 가서 언제나처럼 신작 자료를 찾아보는데 한눈에 들어온 책 제목에 이끌려 어느새 대출까지 해 가지고 온 책,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입니다. 아들은 엄마가 이상한 책을 읽는다며 아빠에게 제목을 직접 읽어주며 놀리던데 막상 읽어본 저는 중간에 갑자기 울컥한 기분에 책장을 잠깐 덮었다가 다시 펴서 읽었던 책입니다. 

 

 

 

백수는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

지은이인 '모범피'는 자신을 대표적인 '모범생'이었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모범생의 비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모두의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모범생으로 산다는 것은 사실 실보다는 득이 더 많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온갖 총애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장래가 촉망한 학생의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떨까요?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호수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처럼 확실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미친듯이 고민하며 자존심을 내세우고 살아가게 됩니다. 모범 피는 그런 자신과 일종의 반항아였던 동생의 삶을 비교합니다. 사실 모범생들은 자아를 찾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여유 따위가 없어요. 바로 그런 것이 저자가 말하는 모범생의 비애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은 필요하다

모범생들은 대개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결혼하고.... 뭐 이런 삶을 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시련이 닥쳐오거나(갑자기 백수가 된다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막상 어떻게 헤쳐나갈지 모른다는 것이 모범생의 비애죠. 지은이는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모범생이었던 자신에게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자발적 백수가 됨으로써 말입니다. 

 

백수가 된 모범피는 좋아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글도 쓰고 디제잉도 하고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렵지만 주말에는 6,800원이나 하는 아메리카노도 한잔씩 마셔가며 말이죠. 지은이도 이야기하듯, 대한민국에서 백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입니다. 막상 나는 백수 =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이라 말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할 일도 없고 취직도 안돼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ㄱㄷ일 뿐이니까요. 특히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백수가 되어 보내는 시간은 더욱 힘든 시간일 텐데, 모범 피는 대견하게도 이런 시간을 버텨냅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지은이인 모범피처럼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장래 촉망받는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원까지 나와서 괜찮은 직장에 취직을 했고, 둘째 아이의 임신&출산과 함께 커리어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스스로를 백수라고 생각하며 뭔가 모를 불안감과 절망감에 휩싸여 내 인생은 이제 끝났구나라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을 육아에만 전념하며 살았네요. 육아와 살림이 생각보다 치열해서 나 자신을 돌볼 시간조차 없었는데, 주변에 내 인생을 폄하하는 사람들(이라 쓰고 시댁이라 읽는다)이 있으니 대체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 보았습니다. 

 

책을 중간쯤 읽다가 갑자기 모범피가 백수가 되어 자신이 하등 쓸모없어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목에서 잠시 가슴이 먹먹해져 잠깐 책을 덮고 읽기를 멈추었던 것은 아마도 저도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모범피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도전해 보았지만 좌절했을 때, 늘 반항아(?)였던 동생이 한마디 합니다.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으면서 많은 것을 바란다"는 말이 비수처럼 마음에 꽂혔습니다. 늘 피곤하고 힘들었던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취미도 없는) 육아와 살림에 치여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잊고 살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저도 모범 피처럼 저를 관찰하는 시간을 좀 가져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모범 피 동생의 말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하지 말고 일단 좋아하는 것을 해 봐야겠어요. 

 

정말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한번쯤 '내가 왜 이러고 사나'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든, 화려한 커리어우먼을 꿈꾸었지만 현실은 애엄마일 뿐인 가정주부도, 매일같이 챗바퀴 돌듯 학교와 집을 오가는 학생들도 모두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럴 때는 잠깐 멈춰 서서 자신에게 질문해보세요.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라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모두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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