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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렉스 데이저스트 구매기

by 아몬드바나나

 

 

어린 시절 나의 기억에도 '로렉스'가 하나 있다. 아빠 손목에서 몇 번 보았던 은색의 커다랗고 무거운 시계는 아빠가 결혼할 때 외할아버지께 받은 것이었다. 아빠는 로렉스를 받았지만, 엄마는 그 시절 '라도'라는 브랜드 시계를 받았고 엄마는 늘 로렉스를 받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하곤 했었다. 늘 엄마의 부러움을 샀던 아빠의 로렉스는 어이없게도 내가 아주 어렸을 무렵, 반지하에 찾아온 도둑에 의해 사라졌다. 그 후, 우리 집은 형편상 로렉스와 같은 비싼 시계를 살 수는 없었기에 나의 기억에 그와 같은 고가의 시계는 더 이상 없었다.

 

 

엄마의 오랜 소망은 로렉스를 하나 차 보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흘러 우리 집이 더 이상은 반지하에 살지 않고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을 무렵에도 엄마는 로렉스를 하나 사고 싶다고 했었지만 그 소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막상 고가의 시계를 턱턱 살 만한 형편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의 소망은 그저 소망 그 자체로 남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루어주고 싶은 엄마의 소망은 나 조차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은 2년마다 한 번씩 꼬박꼬박 올랐고, 급여는 시계 가격이 오르는 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꼬박꼬박 잊지도 않고 흘러 어느덧 나는 앞자리가 4로 바뀔 무렵이 되었고, 엄마도 그 소망을 반의 반 정도는 고이 접었을 무렵이었다. 직장생활만 할 것 같았던 나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온갖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전세금을 올려 받는 어엿한 집주인이 될 수 있었다. 계약갱신청구권 덕분(?)에 5%밖에 인상할 수 없었지만, 전세금을 인상할 시점이 다가오니 기분이 정말 좋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전세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순간, 문득 엄마의 오랜 소망이 생각난 것은 왜 였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로렉스라는 시계가 그렇게 사기 힘든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돈만 모이면 해결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매장에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된 사람만이 그 사람의 카드만을 가지고 구매를 할 수 있는 등,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모의 도움을 받아 현대백화점 로렉스 매장에 수백 번(약 200번 정도라고 함) 전화를 한 결과, 어렵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이모의 이름으로 예약을 한 것이어서 엄마와 이모가 만나 매장으로 갔다. 2시 전후로 와서 대기하라고 하였다는데, 막상 가서 대기하다 보니 4시간이나 대기를 했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실컷 수다를 떨고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인 일이었다. 

 

 

엄마가 직접 찍어 보내준 로렉스

 

올려 받은 전세금은 그날 그렇게 로렉스 시계가 되었다. 엄마는 내 평생 로렉스를 차게 될 줄 몰랐다며 신기함 반, 설렘 반으로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제목은 '나의 로렉스'라고 써서 웅장하게. 엄마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근래 드물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즐거움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운 좋게 멋진 시계를 살 수 있어서, 또 엄마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누군가는 전세금 올려서 사치품을 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집을 사기 위해 오랜 직장생활을 거쳐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가지고 벌벌 떨며 부동산 공부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었다. 사기당할까 봐 덜덜 떨면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 아낀다고 셀프 수리하고 세입자를 들이면서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다. 정말 이게 잘 하는 것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엄마가 너무나도 기뻐했다는 것이었다. 내 능력으로 이런 것을 해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자신이 너무나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어쩔까 이 마음을. 노력해서 뭔가 이루었다는 뿌듯함이 앞으로도 나를 살게 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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